구독으로 받을까 한 번에 받을까
유료화하기로 했는데 고민됐다. 구독이냐 일회성이냐.
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한참 고민했다. 결국 일회성으로 갔는데, 그 이유랑 과정을 정리해둔다.
구독이 끌렸던 이유 #
처음엔 구독이 끌렸다.
MRR (Monthly Recurring Revenue): 매달 꼬박꼬박 들어온다. 수익이 예측 가능하다. "이번 달 100달러, 다음 달도 100달러" 이러면 계획 세우기 좋다.
성장 그래프가 예쁘다: MRR 쌓이면 그래프가 우상향한다. 뭔가 사업 같고, 성장하는 것 같은 느낌. 일회성은 들쑥날쑥해서 보기 안 좋다.
LTV (Lifetime Value) 높음: 구독자가 12개월 유지하면 일회성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. $5/월 × 12개월 = $60. 일회성 $30보다 두 배.
SaaS 기업들 다 구독: 성공한 SaaS 보면 다 구독 모델이다. Notion, Figma, Slack 다 구독. "검증된 모델이니까 따라하면 되겠지" 싶었다.
근데 현실은 달랐다 #
생각해보니까 구독이면 매달 가치를 줘야 한다.
새 기능 추가하든, 콘텐츠 업데이트하든, 뭔가 계속 해야 한다. 안 그러면 "왜 계속 돈 내야 해?"라는 생각이 든다. 해지율이 올라간다.
본업 있으면서 매달 업데이트 압박 받는 건 좀 아니었다. 회사 일 하고 와서 사이드 프로젝트 의무처럼 해야 하면 번아웃 온다.
그리고 구독 관리가 생각보다 귀찮다.
결제 실패 처리: 카드 만료되거나 잔액 부족이면 결제 실패한다. 재시도 로직 짜야 하고, 유저한테 알림 보내야 하고.
해지 관리: 해지 요청 처리해야 하고, 환불 정책 정해야 하고, 해지 사유 물어볼지 말지 결정해야 하고.
구독 갱신 알림: 갱신 전에 알림 보내야 하는 곳도 있고.
프로레이션: 중간에 플랜 바꾸면 일할 계산해야 하고.
일회성은 이런 거 필요 없다. 결제 한 번 하면 끝.
내 서비스 특성을 봤다 #
내 도구는 한 번 사면 계속 쓰는 종류였다.
크롬 확장프로그램이다. 설치하면 끝. 새 기능이 막 추가되는 것도 아니고, 콘텐츠가 있는 것도 아니다. 매달 뭔가 새로운 걸 제공할 게 없다.
이런 제품에 구독 붙이면 억지스럽다. "왜 매달 내야 해?" 라는 질문에 답이 없다.
구독이 맞는 경우:
- 계속 새 콘텐츠 제공 (Netflix, Spotify)
- 인프라 비용이 유저 수에 비례 (클라우드 스토리지)
- 계속 업데이트 필요한 서비스 (보안, 데이터)
일회성이 맞는 경우:
- 도구형 앱 (한 번 구매하면 계속 쓰는)
- 기능이 완성형인 제품
- 업데이트가 가끔 있는 제품
내 경우는 후자였다.
가격 결정 #
일회성으로 가기로 하고, 가격을 정했다.
경쟁 서비스들 가격 조사:
- 서비스 A: $4.99 일회성
- 서비스 B: $9.99 일회성
- 서비스 C: $5/월 구독
- 서비스 D: $29 일회성 (기능 많음)
$5에서 $30 사이. 중간 가격대인 $9.99로 정했다.
가격 심리학 고려한 것:
- $10보다 $9.99가 싸 보인다 (진부하지만 효과 있음)
- 너무 싸면 "이거 별거 아니네" 느낌
- 너무 비싸면 "이 돈 주고?" 느낌
- 경쟁사 중간 가격이 안전
유저 입장에서도 "10달러 한 번에 끝"이 "매달 5달러씩"보다 낫다. 구독이면 까먹고 결제되는 것도 걱정해야 하는데, 일회성은 그런 걱정 없다.
일회성의 단점 #
물론 단점도 있다.
수익 예측 어려움: 이번 달 10건 팔려도 다음 달 2건일 수 있다. 들쑥날쑥.
재구매가 없음: 한 번 사면 끝. 같은 유저한테 또 팔 수 없다 (업그레이드 제외).
그래프가 안 예쁨: MRR처럼 쌓이는 게 아니라 매달 새로 시작. 성장 보여주기 어려움.
업데이트 동기 저하: 돈 이미 받았는데 왜 업데이트해야 하지? 이런 생각 들 수 있음.
4개월 후 결과 #
일회성으로 출시하고 4개월 지났다.
수치:
- 총 결제: 85건
- 총 수익: $849.15
- 월 평균: $212
나쁘지 않다. 구독이었으면 어땠을까 계산해봤다.
$5/월 구독이라고 가정:
- 첫 달: 10명 × $5 = $50
- 2달째: 10명 + 15명 (신규) × 해지율 15% 감안 = $100 정도
- ...
비슷하거나 조금 나을 수도 있는데, 관리 비용 생각하면 일회성이 나은 것 같다.
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 #
둘 중 하나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.
일회성 + 연간 업데이트: 기본 버전은 일회성, 메이저 업데이트는 추가 결제. Sketch가 이런 모델.
프리미엄/무료 나누기: 기본 기능 무료, 고급 기능 일회성 결제.
일회성 + 구독 옵션: 일회성 $30 또는 $5/월 구독. 유저가 선택.
나중에 고급 기능 추가하면 하이브리드로 갈 수도 있다.
결론 #
후회 없냐면, 아직은 없다.
매달 일정 금액 안 들어오는 건 아쉽긴 하다. MRR 올라가는 거 보면 뿌듯할 것 같은데.
그래도 관리가 편하고, 유저한테도 깔끔하고, 내 제품 특성에 맞아서 만족한다.
다른 프로젝트 하면 그때는 구독으로 해볼 수도 있다. 콘텐츠 서비스나, 계속 업데이트되는 서비스면 구독이 맞을 수도.
정답은 없다. 제품 특성 보고 결정하면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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